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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나도 아직 늦지 않은 건가?”

50세 이후에 만들어진 막대한 부

아흔네 살의 한 노인이 있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부자이고, 60년간 미국 자본주의의 한가운데서 살았다. 그러나 그는 1958년에 산 단층집에 67년째 살고, 10년 된 차를 직접 몰고, 아침에 콜라를 마신다. 지난해 말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전 재산의 99%를 사회에 두고 가겠다고 했다.

요즘 중년 이상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질문들을 안고 산다. 언제까지 일해야 하나. 얼마가 있어야 안심하나. 자식들에게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남기지 말아야 하나. 그리고 어쩌면 가장 두려운 질문 하나. 어떻게 늙고, 어떻게 떠나야 하나.

만약 당신도 이 질문들의 답을 찾고 있다면, 여기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


“때가 됐어요.”

2025년 5월 3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워런 버핏이 마이크를 잡았다.

“때가 됐어요.”

60년을 끌고 온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직을 그해 말 내려놓겠다는 말이었다. 박수도 환호도 잠시 멎었다. 사람들은 그가 진심인지 가늠하느라 숨을 멈췄다. 그는 다시 한 번 천천히 말했다.

“나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1주도 팔지 않을 겁니다. 주식을 차차 기부할 겁니다.”

전 재산의 99%. 약 1,400억 달러어치. 다 두고 간다는 말이었다.

워런 버핏이 은퇴를 공식 선언한 지난해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 회견장.
(Photo: CNBC Live Screenshot)

자식 셋에게 막대한 유산을 물려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오래전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만큼은 주되, 아무것도 안 해도 될 만큼은 주지 마라.” 투자의 전설은 그렇게 자기 입으로, 가장 멀쩡한 정신으로, 박수가 가장 클 때 무대를 정리했다.


콜라 다섯 캔의 아침

은퇴 선언을 한 그날 아침에도 그는 콜라를 마시고 있었다. 하루 다섯 캔. 아흔이 넘은 노인의 식단치고는 누구라도 말리고 싶을 풍경이다. CNBC 기자가 최근 물었다.

기자: 회장님 식단을 보면 의사들이 다 기절할 것 같습니다.

버핏: 저는 그저 제가 좋아하는 것을 먹어요. 여섯 살 생일 파티 때 먹었던 핫도그, 햄버거, 콜라,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지금도 좋아하죠. 억지로 브로콜리나 방울양배추, 양파 같은 것만 먹으면서 수명을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고 해도, 저는 그렇게 살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 맹물은 언제 드시나요?

버핏: 어쩔 수 없는 상황일 때만 마십니다.

농담 같지만 농담이 아니다. 남이 좋다는 것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평생 지킨 사람의 말이다. 그는 1958년에 산 오마하의 집에 67년째 살고 있고, 10년 된 캐딜락을 직접 몰고 다닌다. 휴대전화는 10년 넘게 노키아 폴더폰을 쓰다가 2020년에야 아이폰으로 바꿨다.

67년째 살고 있는 워런 버핏의 오마하의 집(Photo:Wikipedia)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부자인 노인의 일상이 이렇다. 비싼 것을 못 사서가 아니라, 더 비싼 것이 굳이 필요 없어서다. 소박함은 그의 철학이 아니다. 그것은 그의 본능이고, 평생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은 그의 정체성이다.


여섯 살의 껌 장수

버핏의 시간은 일찍 시작됐다. 1936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작은 골목. 여섯 살 사내아이가 트레이 하나를 들고 동네를 누볐다. 트레이 위에는 쥬시 후르츠, 스피어민트, 더블민트 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다섯 개 한 팩에 5센트.

기자: 첫 사업이 껌 장수였다고요?

버핏: 할아버지 가게에서 껌을 받아다가 동네를 돌면서 팔았어요. 어느 날 한 부인이 한 개만 사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거절했죠. “우리는 팩을 뜯어 팔지 않습니다. 저도 원칙이 있어요.” 지금도 그 부인 이름을 기억해요. 매큐브리 부인. 다섯 개에 5센트인데 1센트만 쓰고 싶다고 하셨더랬죠.

그다음은 코카콜라. 여섯 병 팔면 5센트가 남았다. 골프장 풀숲에서 잃어버린 공을 주워다 팔았고, 풋볼 경기장에선 땅콩과 팝콘을 팔았다.

열 살. 아버지 손에 이끌려 처음 뉴욕증권거래소에 갔다.

열한 살. 그는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1,000달러를 버는 1,000가지 방법』. 그 책에서 처음 복리(複利)라는 개념을 만났다.

기자: 그게 인생책이었군요.

버핏: 그 책을 덮자마자 직접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누나 도리스와 함께 모은 120달러로 시티즈 서비스 우선주 세 주를 샀어요. 한 주에 38달러. 그런데 27달러로 떨어졌어요. 누나가 매일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결국 40달러로 회복됐을 때 안도하면서 팔았어요. 그 직후 그 주식이 202달러까지 갔습니다. 그때 세 가지를 배웠어요. 산 가격에 집착하지 말 것. 작은 이익에 서둘러 팔지 말 것. 남의 돈으로 투자하지 말 것.

버핏의 인생책 『1,000달러를 버는 1,000가지 방법』.

열한 살의 첫 실패는 평생을 따라다닌 교훈이 되었다. 그는 이후 어떤 주식도 서둘러 팔지 않았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보유 기간은 단 한 단어로 압축됐다. Forever. 영원히.

열셋. 그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워싱턴포스트를 돌렸다. 같은 해 첫 세금 신고를 했다. 자전거를 35달러 업무 비용으로 공제 신청한 그 신고서. 미국 어느 국세청 직원도 열세 살짜리 신문배달원의 세금 신고서를 본 적은 없었을 것이다.

열다섯. 친구와 함께 25달러로 중고 핀볼 기계를 사서 동네 이발소에 놓았다. 수익은 이발소와 반반. 그는 자신을 ‘윌슨 코인 머신 컴퍼니’의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런 회사는 세상에 없었다. 기계는 곧 일곱, 여덟 대로 늘었다.

대학 졸업 무렵 그의 통장에는 9,800달러가 있었다. 스무 살이 모아 둔 돈치고는 묵직한 시작이었다.


진짜 부는 50년 뒤에 왔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돈을 모은 버핏이지만, 그가 진짜 부자가 된 것은 한참 뒤였다. 21세, 자산 2만 달러. 26세, 14만 달러. 30세, 100만 달러. 여기까지 30년이 걸렸다. 그 다음 50만 달러를 벌기까지 또 5년. 50세가 됐을 때, 그는 여전히 억만장자가 아니었다.

기자: 부를 본격적으로 일군 시기는 언제였습니까?

버핏: 56세에 처음 10억 달러를 가졌습니다. 1986년이었어요. 그때 버크셔에서 받는 연봉은 5만 달러였습니다. 60세에는 38억 달러가 됐고요. 그 뒤로는… 시간이 알아서 일을 해 줬어요.

수치는 더 충격적이다. 지금 그의 자산 1,490억 달러 중 95%가 그가 65세를 넘긴 후에 만들어졌다.

작가 모건 하우절은 책 한 권에 이 한 문장을 박아 넣었다.

“버핏이 65세에 은퇴했다면, 당신은 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을 것이다.”

2026 CNBC와의 인터뷰에서 (Photo: CNBC Live Screenshot)

복리는 천천히 시작된다. 처음 30년은 모래알을 한 알씩 쌓는 일에 가깝다. 어떤 해는 늘고, 어떤 해는 줄고, 도무지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모래는 산이 된다. 산은 그 다음 산을 부른다.

문제는 그 산이 보이기 전에 사람들이 떠난다는 것이다.

은퇴를 앞둔 한인들에게 이 곡선은 단순한 부자 이야기가 아니다. 50대 중반, 60대 초반에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이제라도 한 방”이라는 말이 가슴을 흔든다. 코인, 단타, 옵션, 친구가 추천한 그 종목.

버핏은 평생 그 반대쪽에 서 있던 사람이다.

그는 한 자리에서, 한 가지를 보고, 영원처럼 길게 봤다.

50세 이후에야 진짜 부가 만들어졌고, 70세, 80세, 90세에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기에 부자가 됐다.

기자: 결국 돈을 버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입니까?

버핏: 시간입니다. 당신이 특별히 똑똑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인내심이 있으면 됩니다.


교회와 카지노 사이에서

그가 지금의 시장을 묘사할 때 가장 자주 꺼내는 비유가 있다.

기자: 지금의 주식시장을 어떻게 보십니까?

버핏: 카지노와 교회 같다고 할까요? 사람들은 교회와 카지노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요. 지금도 카지노보다는 교회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카지노가 너무 매력적인 곳으로 변해 버렸어요. 아주 화려해졌고, 자꾸 사람들을 부르죠. 반면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교회 자리는 늘 그 자리에 있어요. 단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일이 점점 시시해 보이게 됐죠. 만기 하루짜리 옵션을 사고파는 것 — 그건 투자도, 투기도 아닙니다. 그냥 도박이에요. 역사상 지금처럼 사람들이 도박 심리에 빠져 있는 때는 없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회장님이 기다리시는 좋은 기회는 언제 오나요?

버핏: 가장 좋은 기회는 거시경제가 흔들리고 주식시장이 붕괴해서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을 때 찾아옵니다. 우리는 자금력이 충분하고, 누구보다 빠르게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전화 한 통으로 훌륭한 거래가 성사되기도 합니다.

워런 버핏 (Photo: Reuters Screenshot)

기자: 위기를 예측할 수 있을까요?

버핏: 사람들이 위기를 예측하고 계속 이야기한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위기는 항상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찾아옵니다. 하지만 다가오지 않은 위기를 미리 걱정하는 것은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죠.

기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우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버핏: 과거 IBM의 톰 왓슨이 “나는 특정 분야에서만 똑똑하기 때문에 그 분야 주변에 머문다”라고 말한 것과 같습니다. 저 역시 10년 전보다 전체 비즈니스 중 제가 이해하는 비즈니스의 비율이 더 적어졌다고 봐요. 억지로 새로운 산업을 배우려 하지 않으며, 제가 아는 것에 집중할 뿐입니다.

그가 60년 동안 시장에서 살아남은 비결은 결국 두 가지로 압축된다. 모르는 것에 손대지 않는다. 아는 것에서 떠나지 않는다. 


사랑받고 싶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일

은퇴 후의 삶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그가 가장 자주 한 말이 있다.

기자: 진정한 성공이란 무엇이라고 정의하시겠습니까?

버핏: 65세나 70세, 혹은 그 이후가 되었을 때, 당신이 사랑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당신을 사랑한다면 그것이 바로 성공입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자기 이름을 딴 학교가 있어도, 그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어요.

투자의 전설에게서 나온 말이라기에는 너무 단순했다. 그러나 평생 1,400억 달러를 굴려 본 사람이 마지막에 도달한 정의가 그것이었다.

워런 버핏과 그의 두 번째 아내 아스트리드 멘크스 (Photo: AI Generated Image)

기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버핏: 결혼입니다. 누구와 어울리는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들과 어울려야 그들이 가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롤모델을 고를 때도 신중해야 하며, 특히 배우자 선택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신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자: 자기 자신에게 하는 투자에 대해서도 말씀하신 적이 있죠.

버핏: 가장 좋은 투자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투자입니다. 특히 글쓰기와 말하기 같은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면 자신의 가치를 최소 50%는 높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소중히 다루어야 합니다. 평생 단 한 대의 자동차만 가질 수 있다면 아주 작은 흠집도 고치며 엄청나게 아껴 탈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몸과 마음도 평생 하나뿐입니다.


황금률

은퇴를 발표하던 당시 한 기자가 물었다. 60년을 함께해 온 주주들에게 남기고 싶은 한마디가 있느냐고. 버핏은 한 줄로 답했다.

“남이 너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어라.”

2천 년 된 가르침. 황금률(黃金律).

기자: 너무 단순한 답 아닙니까?

버핏: 이 2,000년 된 가르침은 부모 노릇부터 직장 상사가 되는 것까지 인생의 모든 부분에 적용됩니다. 이 원칙대로 살면 비용도 전혀 들지 않으면서 타인이 당신을 더 긍정적으로 대하게 될 것이며, 저는 이렇게 살면서 불행해진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오늘을 위한 조언

은퇴 발표가 끝난 뒤 그는 오랜 전통대로 무대 위에서 신문을 던졌다. 60년 전 워싱턴포스트를 돌리던 그 손동작 그대로. 아흔넷의 손목이 허공을 가르자 신문이 객석 한가운데로 날아들었다.

오마하의 신문 배달 소년, 투자의 전설 버핏은 그렇게 커튼 뒤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가 평생을 들여 보여준 한 풍경은 오래 남는다. 남에게 잘해 줄 것. 곁의 사람을 사랑할 것.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먹고, 자기가 아는 분야에 투자하고 인내할 것. 그리고 박수가 가장 클 때 스스로 내려올 것.

마지막으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또 한 가지가 있다.

버핏의 눈에는 50대도, 60대도, 70대도 아직 이른 시간이라는 사실이다.


글. 이승은 (Eunice Lee) / InnerView. No.17 2026년 5월 20일

2025년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 회견장. 워런 버핏이 은퇴를 선언하자 청중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Photo: CNBC Live Screen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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