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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가 새로 쓴 부의 공식

배관공의 아들

2011년, 트레버 하이즈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부모님과 다퉜다. GE 같은 안정적인 회사에 들어가라는 것이 부모의 뜻이었다. 아버지는 케이프 커내버럴 케네디 우주센터의 배관공이었고, 어머니는 가구를 팔았다. 플로리다 코코아에서 자란 노동자 계층 가정이 자식에게 바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하이즈는 듣지 않았다. 검증되지 않은 스타트업의 인턴십 기회를 잡았고, 졸업 후 그 회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그 회사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였다.

그로부터 15년이 흘러 2026년 6월 12일. 스페이스X가 나스닥¹에 상장된다. 하이즈가 12년간 쌓아온 주식은 10만 주가 넘는다. 공모가² 주당 135달러. 최소 1,350만 달러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이 규모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This scale is just insane).”

스페이스X는 현재 2만 2,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고, 지난 수년간 수백 명이 회사를 떠났다. 그중 일부는 발사 현장에서 고생한 시간제 현장직 근로자였고, 또 다른 이들은 텍사스 남부 산업단지의 창문도 없는 사무실에서 며칠씩 밤을 지새운 엔지니어들이었다. 많은 이들에게 그 노고는 보상의 일부로 받은 주식을 통해 이제 큰 결실로 돌아오고 있다. 이번 상장으로 전·현직 직원 4,400명 이상이 백만장자가 된다. 그중 약 400명은 1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손에 쥔다. 창업자가 아니라, 로켓 곁에 있었던 직원들이.

¹ 나스닥(NASDAQ)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함께 미국의 양대 주식시장 중 하나.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기술주들이 상장돼 있다.

² 공모가(IPO 가격) 기업이 주식시장에 처음 상장될 때 일반 투자자에게 주식을 파는 가격. 이 가격을 기준으로 상장 첫날 거래가 시작된다.


종이쪼가리를 쥐고 버틴 대가

게빈 프티는 2012년 발사 감독 엔지니어로 스페이스X에 입사했다. 연봉 8만 달러와 함께 수천주의 주식을 받았다. 당시 주당 가치는 13.80달러. 로켓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실패도 잦았다. 주변에서는 무모하다고 했다.

그는 매년 현금 보너스 대신 주식을 받는 선택을 반복했다. 스톡옵션³, 즉 미래의 회사 가치에 베팅하는 방식이었다. 주식에 대한 권리가 생기는 베스팅⁴ 기간이 끝날 때까지 5년 이상 회사에 머물러야 한다는 조건도 감수했다. 덴버 집 대출금을 갚을 때만 일부를 팔았고, 나머지는 끝까지 쥐고 있었다.

지금 그의 손에는 5만 주 이상이 남아 있다. 2023년 스페이스X를 떠나 로봇 우주선 회사로 옮긴 그는 이 부를 어떻게 쓸지, 주식을 팔지 말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상장을 “우리 시대의 코카콜라 IPO”라고 불렀다. “그 흐름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³ 스톡옵션(Stock Option) 회사가 직원에게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자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 입사 시 주당 10달러에 살 수 있는 옵션을 받았는데 나중에 주가가 100달러가 되면 그 차액 90달러가 이익이 된다. 현금 대신 미래의 성장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스타트업이 인재를 끌어모을 때 주로 쓴다.

베스팅(Vesting) 직원이 부여받은 주식에 대한 권리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계적으로 생기는 것. 예를 들어 4년 베스팅이라면, 매년 25%씩 주식을 받을 권리가 생긴다. 중간에 퇴사하면 아직 베스팅되지 않은 주식은 포기해야 한다.


버텼거나, 떠났거나

모든 직원이 끝까지 버틴 것은 아니었다.

머스크는 공개적으로 상장 기업에 대한 거부감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주주들에게 몇 달마다 실적을 보고해야 하는 구조가 싫다고도 했다. 그 말을 믿은 직원들은 스페이스X가 영원히 비상장으로 남을 것이라 판단했다. 일부는 주식을 처분했다. 칠리스 같은 레스토랑 상품권으로 바꿨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일찌감치 주식을 처분한 초기 직원들에게 6월 12일은 후회로 속이 쓰린 날이 됐다.

스페이스X (Photo: SpaceX 웹사이트)

2020년 텍사스 남부 사업장에서 글로벌 공급망 매니저로 일을 시작한 헬빈 바카레자는 2년 만에 회사를 떠났다. 조금 더 버텼어야 했나, 지금도 그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퇴사 전까지 “상당한” 양의 주식을 모아뒀다. 수년간 주식을 판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답했다. “나는 바보가 아닙니다.” 상장 이후에도 팔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은 다르다

실리콘밸리는 이런 순간을 몇 번 경험했다. 1986년 마이크로소프트, 2004년 구글. 비서도, 마사지사도 스톡옵션 덕분에 백만장자가 됐다. 그때마다 미국 사회는 놀랐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규모가 다르다. 단 하루에 만들어지는 직원 백만장자가 4,400명. 구글 상장 당일의 다섯 배다.

내용도 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코드로 세상을 바꿨다. 스페이스X는 물리적인 것을 만든다. 팰컨9 로켓이 발사대를 떠날 때, 그 뒤에는 텍사스 남부 사막에서 밤을 지새운 엔지니어들이 있었다. 창문도 없는 사무실에서 며칠씩 버텼던 사람들이 있었다. 소프트웨어 회사의 상장이 코더들을 부자로 만들었다면, 이번 상장은 로켓을 손으로 조립한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고 있다.

구조도 다르다. 스페이스X는 매년 두 차례 유동성 이벤트⁵를 열어 직원들이 비상장 주식 일부를 팔 수 있게 했다. 프티가 덴버 집 대출금을 갚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상장을 기다리는 동안 일부는 현실로 당겨올 수 있었고, 핵심 지분은 이날을 향해 불려갔다.

투자 플랫폼 힐닷컴의 앤드류 벤슨은 말했다. “대부분의 상장에서는 창업자들만 억만장자가 됩니다. 1억 달러 이상 자산을 갖게 되는 직원이 400명이나 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유동성 이벤트(Liquidity Event) 비상장 회사 주식은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팔 수 없다. 회사가 특정 시점에 직원들이 보유 주식 일부를 외부 투자자에게 팔 수 있도록 공식 창구를 여는 것. 스페이스X는 이를 연 두 차례 정기적으로 운영했다.


간판도 없는 사무실의 남자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 재단사 상점 위층. 간판도 없는 사무실에서 저스틴 피셔-울프슨은 지난 15년을 보냈다. 그가 한 일은 단 하나였다. 스페이스X 비상장 주식을 가능한 한 많이 사 모으는 것.

그는 스페이스X 직원들을 찾아다니며 주식을 사겠다고 제안했다. 전 세계를 돌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그의 투자회사 137 벤처스⁶가 2011년 첫 투자를 단행한 이후, 단 한 주도 팔지 않았다. 스페이스X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이던 시절부터 사 모은 지분은 지금 전체의 1% 이상. 기업가치 1조 7,500억 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약 200억 달러에 달한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2008년 그가 처음 스페이스X를 들여다봤을 때, 회사는 꿈과 농담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그해 8월, 그는 로스앤젤레스 본사 제어실에서 재사용 로켓의 세 번째 발사를 지켜봤다. 로켓은 비행 2분 만에 화염에 휩싸여 추락했다. 그는 스페이스X 사장 그윈 쇼트웰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쇼트웰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타이밍 문제일 것이며, 다시 만들어 시도하면 된다고 했다. 그게 다였다.

약 10년 뒤, 스타링크 투자를 두고 사내에서 논쟁이 벌어졌을 때도 그는 버텼다. 파트너 알렉스 제이콥슨은 회상했다. “당시에는 훨씬 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팔지 않았다.

머스크에게 따끔한 피드백을 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19초 동안 침묵했다. 그러고는 답했다.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마음을 바꿀지는 그의 몫이고, 보통 대화는 짧게 끝납니다.”

그는 이번 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일은 아마도 내 경력을 정의하게 될 것입니다.”

137 벤처스(137 Ventures) 저스틴 피셔-울프슨이 설립한 벤처캐피털 회사. 회사 이름은 그의 할아버지가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가졌던 좌석 번호에서 따왔다. 스페이스X 비상장 주식 투자에 특화돼 있으며, 사무실 입구에는 접수 담당자 대신 스페이스X 로켓 엔진이 놓여 있다.


25년을 버틴 친구의 값

저스틴 피셔-울프슨이 주식을 사 모으는 방식으로 스페이스X에 베팅했다면, 안토니오 그라시아스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머스크의 친구가 되는 것이었다.

지난 25년 동안 그라시아스는 머스크의 가장 충성스러운 동맹으로 활동했다. 2002년 머스크의 장남이 사망했을 때 곁에 있었다. 2008년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동시에 파산 직전에 몰렸을 때 100만 달러를 개인 대출로 건넸다. 2018년 테슬라 생산 위기 때는 공장 안 머스크 옆 회의실에서 잠을 잤다. 머스크는 2012년 공개 강연에서 그를 향해 말했다.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가 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우정의 값이 이번 상장에서 드러난다. 그라시아스와 그의 사모펀드 밸러 에쿼티 파트너스가 보유한 스페이스X 지분은 전체의 약 3.7%, 약 5억 300만 주. 기업가치 1조 7,500억 달러 기준으로 650억 달러 규모다. 민간 투자 역사상 최대 수익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오 그라시아스 (Photo:Aspen Institute.org)

머스크는 최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이렇게 썼다. “안토니오의 지분은 스페이스X가 실패할 것처럼 보이던 때를 포함해 20년 동안 이어진 수많은 투자와 절대적인 지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친구를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라시아스는 한 증언에서 인정했다. “우리는 엄청난 양의 부를 축적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머스크의 몫

이번 상장은 이미 부유한 사람들을 더 부유하게 만든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 사모펀드, 초기 투자자들이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그 선두에 54세의 일론 머스크가 있다.

머스크가 보유한 스페이스X 지분은 약 42%. 기업가치 1조 7,500억 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그의 스페이스X 지분 가치만 7,400억 달러가 넘는다. 테슬라 등 다른 자산을 합산하면 순자산이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선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조만장자(Trillionaire)가 된다. 록펠러도, 카네기도, 베조스도 가보지 못한 숫자다.

일론 머스크 (Photo:위키피디아)

그런데 돈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권력이다. 이번 상장에서 스페이스X는 이중 주식 구조⁸를 채택했다. 일반 투자자에게 팔리는 주식은 1주에 1표지만, 머스크가 보유한 주식은 1주에 10표다. 상장 이후에도 그의 의결권은 전체의 82%를 넘는다. 수십만 명의 주주가 생겨도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머스크 한 사람이다.

그것이 이 상장의 이면이다. 4,400명은 부를 얻는다. 머스크는 부와 함께 통제권도 지킨다.

이중 주식 구조(Dual-class Share Structure) 같은 회사 주식이지만 의결권이 다른 두 종류의 주식을 발행하는 구조. 창업자가 지분 일부를 팔아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구글, 메타 등 주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다.


새로운 부의 공식

트레버 하이즈의 연봉은 평범한 엔지니어 수준이었다. 게빈 프티의 8만 달러 초봉은 실리콘밸리 기준으로도 특별히 높지 않았다. 저스틴 피셔-울프슨의 사무실에는 간판도 없었다. 안토니오 그라시아스가 머스크에게 건넨 첫 대출금은 100만 달러, 당시 스페이스X의 가치에 비하면 작은 돈이었다.

그들을 부자로 만든 것은 월급이 아니었다. 직원은 버팀으로, 투자자는 안목과 끈질김으로, 또 누군가는 머스크 곁을 25년간 지킨 관계로 같은 결승선에 도착했다. 길은 달랐지만 공통점은 하나였다. 아무도 확신하지 못할 때 베팅을 거두지 않았다는 것.

산업혁명은 공장을 가진 사람을 부자로 만들었다. 인터넷 혁명은 코드를 가진 사람을 부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회사의 미래를 함께 소유한 사람이 부자가 되고 있다.

스페이스X의 4,400명이 그 새로운 자본주의를 가장 먼저 증명하고 있다.


글. 이승은 (Eunice Lee) / Frame. No.20 2026년 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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