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마을이 되었다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이 문장이 특별한 설명 없이도 자연스럽게 통한다. 학교에서도, 병원에서도, 이웃 간의 대화 속에서도 조용히 스며 있다.
오래전 한국의 마을에서는 엄마를 잃은 아기가 생기면 이웃 여인들이 돌아가며 젖을 물렸다.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방식이 말보다 먼저, 삶으로 존재하던 시간이었다.
이번 이너뷰에서는 스스로 마을이 된 한 여의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홀로 남겨진 4살배기
지난 3월 6일, CBS 뉴스는 한 어린 소년의 모든 것을 바꿔 놓은 병원 방문에 대한 이야기를 보도했다.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며칠 전 친구와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10번째 생일을 맞은 소년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했다. 하지만 이 소년의 행복이 쉽게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2022년 1월, 트루(True)라는 이름의 이 소년은 심장 수술이 필요했다. 당시 4살이었던 아이는 사회복지 서비스의 보호를 받고 있었는데, 수술 당일 무슨 이유에서인지 네브래스카 아동병원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마취과 의사인 에이미 비디(Amy Beethe)는 수술 전 대기실에 혼자 앉아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CBS 기자: “잠깐만요, 큰 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함께 온 어른이 전혀 없었다고요?”
닥터 비디: “네, 함께 온 어른이 전혀 없었어요.”
CBS 기자: “(트루를 향해) 왜 혼자 있었니?”
트루: “저도 모르겠어요.”
CBS 기자: “왜 거기에 있었는지는 알았니?”
트루: “……”

트루는 우심실 저형성 증후군(HRHS)이라는 선천성 심장 질환을 안고 태어난 아이였다. 2021년 가을 이미 개흉 수술을 받았지만, 이듬해 다시 한 번 심장 수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수술 당일 트루의 담당 직원이 코로나로 결근하면서 재활병원으로부터 이송된 아이는 그렇게 홀로 수술대에 누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곱 번째 아이

수술은 약 7시간 동안 진행됐다. 닥터 비디는 그 시간 내내 당장 엄마 아빠도 안정적인 가정도 없는 이 가여운 소년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계속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 자신에게 이미 여섯 명의 자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여야겠다고 결심했다.

닥터 비디: “트루를 회복실에 데려다 놓은 후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가면 할 얘기가 있어, 열린 마음으로 들어줬으면 해’라고 말했어요.”
남편 라이언(Ryan)은 처음에는 조금 망설였지만, 어떤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지 듣고 나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라이언: “병원에 올라가서 트루를 만났는데, 사랑에 빠지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이 아이가 우리 가족이 되어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수술받은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트루는 이미 비디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18개월 후 입양 절차가 완료됐다. 트루는 비디 부부의 일곱 번째 아이가 되었다.
닥터 비디: “트루의 심장 질환이 좋을 리는 없죠. 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것이 더 큰 뜻이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운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트루는 진심으로 제 아들이 되었어요. 그의 건강에 관해서는 저는 모성 본능이 강한 엄마예요. 끝까지 싸울 겁니다.”

한 사람이 모은 마을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트루에게는 여전히 불안정한 가정 환경에서 살고 있는 다섯 명의 친형제자매가 있었다. 닥터 비디는 자신과 라이언이 아이들을 모두 입양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 훌륭한 의사는 차선책을 실행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한 명씩, 한 명씩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먼저 그녀는 자신의 여동생 부부가 타일린(Tailin)을 입양하도록 독려했다.

그런 다음 시누이 부부가 타이라(Tyra)를 맡도록 도왔다.

마침내 직장 동료 부부가 말리아(Malia)와 타카리(Takari)를 그들의 가족으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닥터 비디: “한 명이 남았고, 저는 다시 남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죠, 하하. 그렇게 레이니(Laney)도 입양했습니다.”

친절의 나비효과
2023년 8월, 여섯 남매의 입양이 같은 날 완료됐다.
닥터 비디: “모두를 위한 가정을 찾았어요. 친절의 나비효과였죠. 이제 하나의 큰 대가족이 된 것 같아요.”

트루의 성은 이제 비디(Beethe)다. 여섯 남매 모두 서로 가까이 지내고 있다.
트루: “좋아요. 다들 친절하고 다정하거든요. 저 분들이 제 엄마 아빠예요.”
트루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러 차례 심장 수술을 받았지만 언젠가는 심장 이식이 필요하다. 비디 가족은 그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때까지 가족 모두는 트루의 태도를 본받으며 살아간다.
트루: “계속 나아가는 거예요. 멈추지 않고요.”
Right time, right place, and right people
2002년 영화 존 큐(John Q)에는 이런 장면이 있다.
심장 이식이 필요한 아들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 존 큐는 응급실을 인질로 잡는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심장을 아들에게 주기 위해 스스로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병원에 팩스 한 장이 도착한다. 교통사고로 숨진 여성이 장기 기증자로 나타난 것이다. 아버지가 목숨을 내려놓으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의사는 그 종이를 받아 들고 외친다. “Sweet Jesus.”

현실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다.
Right time, right place, and right people.
2022년 1월 네브래스카의 한 병원 대기실, 혼자 앉아 있는 네 살 아이 앞에 닥터 비디가 있었다. 생명을 구하는 일이 단지 직업이 아니라 사명이었던 그녀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대변하고, 한 명씩 한 명씩 주변 사람들을 모아 마을을 만들었다. 안전하고 따뜻한 그 마을에서 여섯 아이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됐다.
By Eunice 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