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대통령은 사라졌다
2026년 1월 3일 이른 새벽.
카라카스는 잠들어 있었고, 도시는 어두웠다. 그 시간, 미군 항공 전력이 베네수엘라 상공으로 진입했다. 작전은 몇 시간 안에 끝났다. 베네수엘라의 현직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와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는 특수부대에 의해 체포돼 미국으로 이송됐다.
의회의 사전 동의는 없었다. 국제기구의 승인도 없었다. 트럼프 정부는 이 작전을 “정밀하고 완벽한 체포”라고 규정했다. 미군 사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마두로 정권을 보호하던 쿠바 출신 용병 70여 명 이상이 이날 몰살됐다고 밝혔다.
반발은 짧았고, 정권은 남았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의 행위를 주권 침해이자 대통령 납치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반발은 거기까지였다. 군은 움직이지 않았고, 국경도 닫히지 않았다.
권력은 곧바로 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마두로의 최측근이자 실무형 인물로, 베네수엘라 안에서는 권력층의 삶을 상징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사법당국은 그녀를 수년 전부터 마약·자금 흐름과 연관된 인물로 내부 감시 목록에 올려두고 있었다.
미국은 그녀를 정식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제재는 유지됐고, 석유와 금융은 조건부 통제됐다. 정권은 남겨두되, 숨통은 쥐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미국은 왜 이렇게까지 했나
미국은 오래전부터 마두로를 합법적 국가 원수가 아니라 국가를 범죄처럼 운영한 인물로 봐 왔다.
마약 조직과의 결탁, 선거 조작, 야당과 언론 탄압.
미국 정부는 마두로의 범죄가 미국 사회에 직접적 피해를 줬고, 그 결과 미국 법원이 관할권을 가진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미국은 이번 일을 외국 정상 납치가 아니라 국제 범죄자에 대한 법 집행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때는 남미의 부자 나라였다
베네수엘라는 한때 남미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였다. 풍부한 석유 덕분에 중산층이 두터웠고, 수도 카라카스는 ‘남미의 마이애미’로 불렸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베네수엘라의 1인당 소득은 일부 유럽 국가보다 높았다.
문제는 석유였다. 석유에 모든 것을 걸어버린 구조였다. 석유가 넘칠 때는 부자였고, 가격이 떨어지자 국가는 버티지 못했다.
차베스에서 마두로까지, 몰락의 경로
1999년, 우고 차베스 집권 이후 베네수엘라는 강한 반미 노선과 사회주의 개혁으로 방향을 틀었다. 초기에는 복지가 확대됐지만 민간 산업은 무너졌고, 경제는 석유에만 묶였다.
차베스 사망 이후 권력을 넘겨받은 마두로는 위기를 관리하지 못했다. 통화는 무너졌고, 식료품은 사라졌으며, 수백만 명이 국경을 넘었다.
마두로는 어떤 인물이었나
니콜라스 마두로는 원래 권력 엘리트가 아니었다. 젊은 시절 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며 노조 활동과 좌파 정치 운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우고 차베스의 눈에 띄어 외교장관과 부통령을 거쳐 차베스 사망 이후 권력을 승계했다.
균열은 집권 이후부터 시작됐다. 선거로 집권했지만, 권력을 지키는 과정에서 선거 제도를 흔들고 야당을 압박하며 장기집권 체제로 기울었다. 사회주의를 말했지만 권력은 개인에게 집중됐다.
한때 민중을 대변하던 그는 결국 나라를 떠나게 만든 지도자로 남았다.
선 넘은 마두로의 공개 행보
마두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던 시기에도 공개 석상에서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춤을 추고, 미국의 경고를 가볍게 넘기는 발언을 이어갔다. 미국 언론은 이를 단순한 내부용 퍼포먼스가 아니라 미국을 향한 공개적 비아냥과 도발로 해석했다.
물론 이같은 행보가 작전의 직접 원인은 아니었다. 그러나 분위기를 바꿨다. 외교적 해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굳어졌고, 결단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는 쪽으로 저울이 기울었다.
마두로의 부인까지 체포한 이유
미국은 마두로만 체포하지 않았다.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도 함께 데려왔다.
미 사법당국은 플로레스를 마약 밀매 조직과 권력 내부를 잇는 연결 고리로 보고 있다. 기소장에는 인맥, 자금 흐름, 보호망 형성에 관여한 정황이 담겼다. 부인까지 포함한 체포는 이번 사안을 정치 문제가 아니라 형사 사건으로 규정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지도자 개인이 아니라 정권 핵심부의 공동 책임 구조를 법정 판단의 대상으로 올리는 방식이다.
마두로 체포가 ‘마약 전쟁’의 연장선으로 제시될수록, 베네수엘라 자산과 난민 문제에 대한 미국의 통제는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서 비켜나게 된다.
왜 쿠바 용병이었나
마두로 정권은 자국 군부를 온전히 신뢰하지 못했다. 정권 보호는 오랜 동맹인 쿠바에 맡겨졌다. 쿠바 인력은 단순한 경비가 아니었다. 정보 통제, 내부 감시, 충성도 관리까지 포함된 정권의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이번 작전에서 쿠바 용병들이 대거 사망했다는 발표는 마두로 정권이 내부가 아니라 외부 동맹에 기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쿠바가 함께 흔들리는 이유
쿠바는 오랫동안 베네수엘라의 석유에 의존해 온 나라다. 베네수엘라는 수십 년간 쿠바에 원유를 공급해 왔고, 이는 쿠바의 전력 생산과 산업, 나아가 국가 운영의 핵심이었다.이번 작전은 단순히 동맹국 대통령의 체포가 아니라 쿠바의 생존 구조 자체를 흔드는 사건이었다.
트럼프는 이 점을 정확히 짚었다. 그는 쿠바를 두고 “스스로 무너질 나라”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베네수엘라 붕괴의 충격을 쿠바가 그대로 감내하도록 두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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