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너는 내 것이라

그 말이 길이 되었다

그는 오래 망설이다
그 이야기를 꺼냈다.

이미 여러 번 지나온 기억이지만,
어린 시절에 대해 말할 때면
여전히 숨을 고르게 되는 듯했다.

열다섯 살.
아버지는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듬해에는 아버지를 너무나 그리워하던 어머니마저 그를 따라갔다.

사춘기 한가운데서 부모를 모두 잃었다는 사실은
그때도, 지금도
말로는 충분히 설명될 리가 없었다.

졸지에 가장이 된 형마저
호적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군에 입대하게 됐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그는
초등학교 2학년에 불과한 막내 동생을 위해
학교와 아르바이트 사이를 오가며 하루를 버텼다.

그 시기를 그는 이렇게 기억했다.

“인생에서 가장 소망이 없다고 느끼던 시기였습니다.”

그 무렵, 낯선 집회에 참석했다.
추위를 피해 들어간 공간에서 찬양과 기도가 이어졌다.

그 순간,
저항할 수 없는 한 음성이
마음 깊은 곳에 닿았다.

“너는 내 것이라.”

그는 그 음성을 처음 들었을 때를
지금도 정확히 기억한다고 했다.

위로라기보다는, 초대였고
막막하던 삶이 방향을 얻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선교사 훈련을 받았다.

무엇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쓰임받는 자리로 가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그는 예배를 섬기는 사역자가 되었고,
그 길에서 또 다른 아버지를 만났다.

함께 사역하던 담임목사,
정인수 목사였다.

그는 그를 ‘영적 아버지’라고 불렀다.

사역을 가르쳐주었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었고,
예배를 대하는 기준을 남겼다.

그리고 늘,
그의 곁에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버지도 갑작스럽게 떠났다.

병원에서 마주한 마지막 모습은
오래전 잃었던 육신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

그날 이후 그는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되뇌었다고 했다.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가.

사망을 며칠 앞두고,
정 목사는 한 문장을 남겼다.

그 말이
유언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 짧은 문장은
이후의 시간을 지탱했다.

“조 목사, 교회를 잘 부탁해.”

그는 그 말을 품고,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켰다.
앞에 서기보다 뒤에서 버티는 역할을 선택했고,
이름보다 예배를 남겼다.

아버지를 잃은 자리에서 들은 한 문장,
그리고 또 다른 아버지가 남기고 간 한 부탁.
그 사이에서 그는 자신의 길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 21년의 사역을 마친 지금,
그는 익숙했던 자리를 조용히 내려놓고
인생의 다음 장 앞에 서 있다.

Jan 18, 2026 Written by Eunice Lee

– 조근상 목사의 인터뷰 전문은 여기에서 이어집니다.

Published inInner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