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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위해 기도한 남자, 헤그세스

기도

3월 26일, 펜타곤 예배. 

푸른색 정장을 입은 한 남성이 마이크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했다.

“심판의 때가 도래했으니 

헛된 일을 꾀하는 자들에게 주님의 진노를 쏟아 부으시고

이 특수임무 부대에 명확하고 정당한 타격 목표를 허락하소서.

모든 총알이 적들에게 명중하게 하소서.

자비를 베풀 필요가 없는 자들에게 압도적인 폭력을 발휘하게 하소서. 

우리에게 무자비함을 허락하소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펜타곤 예배당에서 기도하고 있다.
(Photo: PBS News 스크린 캡처)

기도는 짧았지만 파장은 길었다. 

언론은 시편 144편을 폭력적이고 잔인한 언어로 둔갑시킨 이 기도를 두고 “군의 종교 중립 전통을 정면으로 깨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작전 지침과도 같은 기도를 올린 이 인물,

바로 미국의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다.


“피트, 당신이 전쟁 시작하자고 했잖아”

3월 23일, 테네시주 멤피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군 주방위군 행사 연단에 올랐다. 옆에는 헤그세스 장관이 서 있었다. 트럼프가 연설 도중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피트, 당신이 가장 먼저 목소리를 냈잖아. 그들이 핵무기를 갖도록 둘 수 없다면서 ‘합시다(Let’s do it)’라고 했었지.” 

장내가 웃음으로 들썩였다. 헤그세스는 어색하게 웃었지만, 방금 전 대통령의 말이 의미하는 바를 모를 만큼 순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테네시주에서 연설 도중 헤그세스 장관을 언급했다.(Photo: The White House 영상 캡처)

그것은 즉흥적인 농담이 아니었다. 하루 전날인 22일, 백악관에서 열린 마크웨인 멀린 국토안보부 장관 취임식 직후에도 트럼프는 기자들 앞에서 헤그세스와 댄 케인 합참의장을 “이란과의 협상에 매우 실망한 유일한 두 사람”이라고 지목했다. 

“피트는 전쟁이 빨리 끝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어요. 이 두 사람은 타협에는 관심이 없고 이 싸움에서 이기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요.” 

그러면서 묘한 뉘앙스로 “그런 태도도 나쁘지는 않다”는 말을 끼워 넣었다.

댄 케인 합참의장(왼쪽)과 피트 헤그세스 전쟁장관
(Photo: The White house)

칭찬처럼 들리지만, 책임의 방향을 정해 놓는 트럼프의 말. 그는 이 전쟁의 결말이 잘못될 경우를 대비해 이미 서사를 배치하고 있었다. 승리하면 자신의 것이 되고, 실패하면 가장 앞에 서 있던 사람의 것이 된다. 본능적으로 출구를 확보하는 트럼프에게 지금 그 출구의 이름은 헤그세스다.


그는 누구인가

1980년 6월, 미네소타주 포레스트 레이크.

피트 헤그세스는 고등학교 농구 코치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1999년 고교 수석 졸업. 웨스트포인트에서 농구 장학생 제안이 왔지만 프린스턴을 택했다. 그는 정치학을 공부하며 교내 보수 신문 ‘프린스턴 토리’에 글을 쓰는 청년이었다. ‘더 랜트’라는 칼럼에서 낙태, 동성애, 다양성 정책을 비판했다. 

그러나 그보다 그를 더 강하게 사로잡은 것은 군이었다. 그는 대학 시절 ROTC에 가입했고, 2003년 졸업 후 육군 보병 장교가 됐다.

피트 헤그세스 군 복무 시절 (Photo:Fox 뉴스 스크린 캡처)

조지 W.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을 열렬히 지지했던 그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근무했고, 이라크에 파병됐으며,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대반군 작전 교관으로 복무했다. 동성훈장도 받았다. 이라크에서 RPG가 그의 차량에 날아들었지만 불발이어서 살았다. 

전역 후 그는 참전군인 단체를 이끌었다. 조직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 술에 취해 “무슬림을 다 죽여라”고 외쳤다는 전 직원의 증언이 나오자 단체를 떠났다.

폭스뉴스 진행자 시절(Photo:Fox News 스크린 캡처)

그 무렵, 그의 방송 인생이 시작됐다. 2014년 폭스뉴스에 입사했고, ‘폭스 앤 프렌즈’ 주말 프로그램의 공동 진행자가 됐다. 그리고 한 고정 시청자의 눈에 들었다. 트럼프였다. 헤그세스의 코멘트는 트럼프의 트윗이 됐고, 정책이 됐다.

*동성훈장(Bronze Star Medal)은 미국 군사조직의 일원들에게 영웅적인 업적, 영웅적인 봉사, 공로, 또는 전투지역에서 칭찬할 만한 공훈으로 수여되는 미국의 훈장이다.


3번의 결혼과 어머니의 편지

40세가 되기 전 그는 세 번 결혼했다.

첫 번째 결혼은 잦은 외도를 인정하며 2009년 파경을 맞았다. 두 번째 아내와는 세 아이를 두었지만 혼인 기간 중에 현재의 세 번째 아내 제니퍼 라우쳇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 

2017년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공화당 행사가 열리던 호텔에서 한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헤그세스 측은 “합의된 만남”이라 부인했고, 불기소로 끝났다. 그러나 그는 나중에 이 여성에게 합의금을 지불했다고 인정했다. 폭스뉴스 진행자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한편 이혼 소송이 험악해지던 2018년 4월, 어머니 페넬로페가 아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2024년 뉴욕타임스가 그 이메일을 입수해 전문을 공개했다.

“너는 여성을 학대하는 사람이야. 그게 추한 진실이야. 여성을 얕보고, 거짓말하고, 속이고, 잠자리를 전전하며 자신의 권력과 자아를 위해 여성을 이용하는 남자를 나는 존경하지 않아. 네가 바로 그런 남자야…그 모든 여성들을 대신해서 말한다. 제발 도움을 받아. 그리고 스스로를 솔직하게 들여다봐.”

이메일이 공개되자 어머니는 폭스뉴스에 직접 출연해 입장을 바꿨다. 아들이 진행자로 활동했던 바로 그 방송이었다. “저는 사랑으로 그 편지를 썼습니다.” 어머니는 다시 아들을 변호했다.


온몸이 말하는 것들

2024년 11월, 헤그세스가 국방장관 후보로 지명되자 언론은 그의 이력서보다 그의 몸을 먼저 들여다봤다.

팔에는 중세 십자군 전쟁의 구호 ‘데우스 불트(Deus Vult·하나님의 뜻)’. 가슴에는 예루살렘 십자가. 어깨에는 건국 초기 성조기와 무기 문양. 기독교 극단주의 집단과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반이슬람 표식으로 써 온 것들이다. 낯선 지적이 아니었다.

(Photo: 헤그세스 장관 X 계정)

2021년, 바이든 취임식 경호 임무를 앞두고 동료 군인이 이 문신들을 보고 상부에 보고했다. 그날 헤그세스는 ‘내부 위협’으로 임무에서 배제됐다. 그는 분개해서 군을 떠났다.

그리고 4년 뒤, 군대의 수장이 되어 돌아왔다.


국방장관이 되다

2025년 1월, 국방장관 상원 인준 청문회. 찬반이 동수로 갈렸다. JD 밴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다. 미국 역사상 부통령이 각료 인준을 결정한 건 단 두 번뿐이다. 피트 헤그세스는 그 두 번 중 하나다.

J.D. 밴스 부통령과 헤그세스
(DoD photo by U.S. Air Force Senior Airman Madelyn Keech)

취임 직후 헤그세스는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에서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명칭을 바꿨다. “최대의 살상력을, 정치적 올바름보다는 폭력적 효과를.” 그것이 그의 슬로건이었다.


읽지 말았어야 할 메시지

취임 직후 터진 첫 번째 스캔들은 보안 사고였다.

2025년 3월 13일 오전, 제프리 골드버그의 휴대전화에 알림이 떴다.

시그널(Signal) 메신저 앱으로 그룹 채팅 초대가 왔다. 이름은 ‘후티 PC 소그룹(Houthi PC small group)’. 골드버그는 잠시 멈칫했다. 디 애틀랜틱의 편집장인 그는 군사 안보를 오랫동안 취재해 온 저널리스트였다. 

채팅방 안에는 낯설지 않은 이름들이 나열돼 있었다. JD 밴스 부통령.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툴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존 랫클리프 CIA 국장. 그리고 고위 당국자들.

이틀 뒤, 채팅방이 폭발적으로 활성화됐다. 헤그세스가 타이핑을 시작했다. 

“날씨는 우호적이다. 미군 중부사령부와의 최종 확인 완료. 작전은 출격 승인 상태. 공격 순서와 시간대. 목표물의 현재 위치…”  첫 폭탄이 떨어지기 약 30분 전이었다.

United States government group chat leak(Photo: Wikipedia)

미국의 전쟁장관이 예멘 공습의 작전 세부사항을 실시간으로 채팅방에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채팅방에는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잡지 중 하나의 편집장이, 아무도 모르는 채로, 모든 내용을 읽고 있었다.


시그널게이트, 아찔한 폭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의 연락처에는 NSC 대변인 브라이언 휴즈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연락처에는 전혀 다른 사람의 번호가 함께 묶여 있었다. 제프리 골드버그. 

왈츠는 채팅방을 만들면서 휴즈를 추가하려다 골드버그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이틀 뒤 그는 골드버그를 방에 정식으로 끌어들였고 이를 눈치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골드버그는 침묵했다. 채팅방의 자동 삭제 기능은 1주 또는 4주로 설정돼 있었다. 그러나 기록은 지워지지 않았다. 골드버그의 머릿속에서만큼은.

제프리 골드버그 디 애틀랜틱 편집장(왼쪽)과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Photo:위키피디아)

작전이 끝난 뒤인 3월 24일, 디 애틀랜틱은 보도를 냈다. 제목은 단도직입적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수로 내게 전쟁 계획을 문자로 보냈다(The Trump Administration Accidentally Texted Me Its War Plans).” 

워싱턴이 얼어붙었다. 다음 날,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개버드와 랫클리프가 “유출된 내용은 기밀이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자 골드버그는 전체 채팅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채팅은 그 자체로 기소장이었다.


채팅방이 두 개였다

사건이 거기서 끝났다면 그나마 나았다.

언론의 추가 취재로 드러난 두 번째 채팅방은 훨씬 심각했다. 헤그세스는 정부 관계자들이 모인 공식 채팅방과는 별도로 개인 채팅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참여 인원은 약 12명. 그중에는 세 번째 아내 제니퍼, 남동생 필, 개인 변호사 팀 팔라토리가 포함돼 있었다. 정부 직책이 없는 민간인들이었다. 보안 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헤그세스는 이 방에서도 개인 휴대전화로 예멘 공습의 작전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측근들이 “민감한 내용을 이 방에서 공유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그는 무시했다.

백악관은 유출된 내용이 기밀이 아닌 ‘정책적 논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시간 작전 정보를 민간인인 가족에게 공유한 행위를 ‘정책 논의’로 포장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국방부 감찰관은 조사에 착수했다. 트럼프는 이 사건을 ‘마녀사냥’이라 부르며 헤그세스를 옹호했다. 왈츠에 대해서는 “실수를 했지만 좋은 사람”이라며 해임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왈츠는 결국 물러났다. 부보좌관 알렉스 웡도 함께였다.


펜타곤을 떠난 기자들

지난해부터 헤그세스는 단계적으로 펜타곤 언론을 길들이기 시작했다.

핵심 구역 출입 제한에 이어, 비기밀 정보라도 국방부의 사전 승인 없이는 보도할 수 없다는 서약서에 서명하라는 요구까지 추가됐다. 서명을 거부하면 출입증을 박탈하겠다고 했다.

2025년 10월 15일 오후 4시, 펜타곤 ‘특파원 복도’. 

대다수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서명을 거부하고 출입증을 반납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빈 자리에는 우파 성향 매체와 마가(MAGA) 진영 인플루언서들로 채워졌다. 헤그세스는 이들을 “차세대 펜타곤 취재단”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란전이 벌어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국방부는 메이저 방송사들에 장관 브리핑 취재를 요청했고, 협상 끝에 출입증을 반납한 기성 매체 기자들도 일부 브리핑에 참석하기로 합의했다.

펜타곤 기자실을 떠나는 기자들 (Photo:abc news 영상 캡처)

전쟁이 돈이 될 때

2026년 2월, 이란 공습이 시작되기 몇 주 전.

헤그세스의 주식 중개인이 블랙록에 전화를 걸었다. 용건은 간단했다. 방위산업 펀드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할 수 있냐는 문의였다. 그 펀드에 담긴 종목들은 록히드 마틴, 노스럽 그루먼, 팔란티어였다. 전쟁이 나면 주가가 오르는 회사들이었다.

블랙록 내부에서 이 문의는 즉각 보고됐다. 그러나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유는 의외였다. 해당 펀드가 너무 신상품이라 모건스탠리에서 아직 팔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기회가 막힌 건 양심이 아니라 서류 절차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브로커가 헤그세스의 직접 지시를 받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펜타곤은 “완전한 거짓”이라며 기사 철회를 요구했다. FT는 거부했다.

그런데 결과가 묘했다. 전쟁이 시작된 뒤 그 펀드는 오히려 15% 하락했다. 전쟁이 세계 경제를 흔들면서 방산주도 덩달아 내렸다. 투자가 성사됐다면 손해를 봤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국방장관(Photo:The White House)

의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트럼프가 이란 에너지 시설 공습 유예를 발표하기 직전, 누군가 원유와 주식 거래로 수천만 달러를 벌었다. 전쟁의 향방에 베팅하는 예측 시장에도 거액이 몰렸다.

연방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시점, 이란 전쟁 발발 시점과 맞물린 거래들이 수사의 초점이 됐다. 내부 정보를 아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거래들이었다.

헤그세스가 실제로 지시를 내렸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란과의 전쟁을 가장 먼저 주장한 사람의 브로커가 공습 직전 전쟁으로 이익을 보는 펀드를 사려 했다는 구도는 선명하다.


전쟁 중에 장군을 잘랐다

4월 2일, 헤그세스가 오후 4시에 전화를 걸었다. 수신인은 랜디 조지 육군 참모총장. 해고였다.

CBS 뉴스는 헤그세스가 전화를 거는 그 시각에 맞춰 보도를 내보냈다. 조지 장군은 전화를 받는 순간 자신이 해고됐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미 정부 관계자 한 명은 이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미친 짓이죠(It’s insane).”

조지 장군은 무능한 군인이 아니었다. 2024년 육군 역사상 최악의 모병 위기 중 하나를 수습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주목받은 저가 드론 전술을 미 육군에 도입하는 데 앞장섰다. 해고 당시 그는 이란전을 위한 장비와 병력을 전장에 투입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랜디 조지 전 육군 참모총장 (U.S. Army photo by Elizabeth Fraser)

해고 이유는 전략 갈등이 아니었다. 헤그세스는 흑인 2명과 여성 2명이 포함된 준장 진급 명단에서 이 4명을 제외하라고 수개월째 압박해 왔다. 조지 장군과 육군부 장관 드리스콜은 “탁월한 복무 기록을 가진 장교들”이라며 거부했다. 2주 전 조지 장군은 헤그세스에게 직접 면담을 요청했지만 헤그세스는 거부했다.

육군 고위 장교들은 분노와 좌절로 반응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누빈 전투 경험 풍부한 3성·4성 장군들이 수개월째 줄줄이 해임되거나 한직으로 밀려난 상황에서, 조지 장군의 해고는 또 하나의 타격이었다.

공교롭게도 해고 소식이 나오기 직전, 극우 음모론자이자 헤그세스의 측근인 로라 루머가 소셜 미디어에 조지 장군의 해임을 예고하는 글을 올렸다. 군 최고위 인사가 음모론자의 SNS 포스팅으로 예고되는 나라. 지금 미국 국방부의 풍경이다.


확성기의 운명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전쟁이 끝나는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위험한 시점이 된다는 것이다.

테네시주 공군 주방위군 기지에서 헤그세스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
(Photo: The White House)

트럼프가 헤그세스를 앞세운 이유는 간단하다. 백악관이 원한 건 신중한 전략가가 아니라, 전쟁을 도덕처럼 말하고 대통령의 결정을 국가의 입장처럼 들리게 만드는 입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란전은 헤그세스에게 일시적으로 도움이 됐다. 취임 후 내내 뒤편으로 밀려나 있던 그는 전쟁 대변인 역할을 맡으면서 존재감을 회복했다. 그러나 막대한 청구서가 날아드는 순간, 확성기는 쓸모가 없다. 헤그세스는 4월 29일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이란전 전략을 두고 첫 공개 증언대에 서야 한다.

최근 전쟁의 종료 시점을 묻는 질문에 그는 “그것은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며 완전히 트럼프 뒤로 물러섰다.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는 생존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국방장관(Photo:The White House)

트럼프 체제에서 충성파 강경파의 숙명을 보여주는 선례는 많다. 마이클 플린은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였고, 가장 먼저 사임했다. 존 볼턴은 매파 중의 매파였고, 해고됐다. 지난달에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이 해임됐다. 그리고 대국민 연설 다음 날, 팸 본디 법무장관도 전격 경질됐다. 트럼프에게 충성의 유통기한은 그가 필요할 때까지다. 


Now / What’s Next

헤그세스의 펜타곤 기도 사흘 뒤, 지구 반대편 바디칸에서 교황 레오 14세가 입을 열었다. 시카고 출생인 그는 미국 역사상 첫 번째 교황이다.

교황 레오 14세 (Photo: 더 가디언 뉴스 영상 캡처)

“예수는 전쟁을 거부하시는 평화의 왕입니다.

그 누구도 전쟁을 정당화하는 데 예수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예수는 전쟁하는 자들의 기도를 듣지 않으시고, 오히려 거부하십니다.”

그리고는 이사야서를 인용해 이렇게 외쳤다.

“너희가 아무리 많은 기도를 드려도 나는 듣지 않겠다. 너희 손에는 피가 가득 묻어 있다.”

물론 교황은 헤그세스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Photo:The White house)

헤그세스는 부활절 일요일, 이란 상공에서 격추된 뒤 실종됐던 미 공군 조종사를 구출한 작전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비유했다.

같은 미국에서 태어난 두 사람 — 헤그세스와 레오 14세 — 은 예수의 이름으로 정반대의 말을 하고 있다.


글. 이승은 (Eunice Lee) / Frame. No.11 2026년 4월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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